'金사과'가 끌어올린 물가…한달 만에 3%대 재진입

입력 2024-03-06 18:59   수정 2024-03-07 02:10


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% 넘게 뛰어올랐다. 사과 귤 등 과일값 폭등세가 잡히지 않는 데다 기름값까지 오르면서 한 달 전(2.8%)보다 상승폭이 커졌다.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업계에 가격 인하까지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생 변수가 많아 실효성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다.
○“생활 물가 당분간 높은 수준 지속”
6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.77(2020년=100)로 1년 전보다 3.1% 상승했다. 작년 10월(3.8%) 4%까지 근접한 물가 상승률이 11월 3.3%, 12월 3.2%, 올 1월 2.8%로, 석 달 연속 하락하다가 다시 3%대로 오른 것이다.

사과 귤 등 과일 가격 급등세가 물가 전반을 끌어올렸다. 사과는 병충해 등으로 수입이 안 돼 대체 과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. 사과는 냉해, 장마, 폭염 등 지난해 닥친 각종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며 2월 가격이 1년 전보다 71% 뛰었다. 겨울철 수요가 많은 귤 가격 상승률은 78%에 달했다. 이런 신선과실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1.2% 올랐다. 1991년 9월(43.9%) 후 32년5개월 만의 가장 큰 상승폭이다.

1월 중순부터 다시 오르는 국제 유가도 물가에 반영됐다. 석유류 물가 하락 폭이 전월(-5.0%)보다 축소된 -1.5%에 그쳤다. 유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.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중동 주요 산유국이 원유 감산을 연장하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.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“(지난달 물가는)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”이라면서도 “농산물 등 생활물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, 물가 둔화 흐름은 매끄럽기보다 울퉁불퉁할 수 있다”고 전망했다.
○식품업계에 가격 인하 압력
정부는 2%대 물가 조기 달성을 위해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.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“3~4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해 사과, 배 등 주요 먹거리 체감 가격을 최대 40~50% 인하하겠다”고 밝혔다.

수입과일 가격 관리도 강화한다. 정부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(aT)를 통해 오렌지, 바나나 등 주요 과일을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에 시중에 공급한다. 글로벌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오른 오징어는 정부 비축분 300t을 풀면서 가격도 50% 할인하기로 했다.

식품업계 역시 물가 관리의 타깃이 됐다. 최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“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절반가량 하락했으나 밀가루 식용유 등 식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”며 “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(원료 가격) 하락 시에는 제때 하락분만큼 제대로 내려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활동”이라고 말했다. 식품업계에 가격을 내리라는 신호를 준 것이다.

이에 대해 식품업계 고위 관계자는 “지금 곡물 가격이 내렸다고 제품 가격을 내리라고 하는데 식품업계는 수개월 전 가격이 높았을 때 사놓은 원재료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”며 “원재료 가격이 최고점 대비 내린 것은 맞지만 평년에 비해선 여전히 비싸다”고 항변했다. 지난달 밀가루,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은 1년 전보다 1.9% 올라 전월(3.2%) 대비 상승폭이 줄었다. 2021년 7월(1.8%) 후 3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오름세다.

허세민/강진규 기자 semin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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